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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책

[커피책] (5) 우리집 커피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커피를 내서 대접한다. 예전에는 꽃 무늬가 그려진 찻잔에 인스턴트 커피 2스푼, 설탕과 프림 각 2스푼씩을 넣고 더운 물을 부어 티스푼으로 저어서 마셨다. 지금은 믹스커피 한 봉 털어 넣고 뜨거운 물 부어서 마신다. 믹스커피의 기세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많이 마시는 커피이다.

하지만, 커피 본연의 맛을 찾거나 믹스커피를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가 맛이 없다고 하기도 하고, 카제인나트륨이니 뭐니 하면서 마치 독극물이 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하고, 다이어트 중이라 살이 될 만한 프림과 설탕을 거부하기도 한다.

믹스커피가 아닌 원두로 만드는 가정용 커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브루 커피 brew coffee


집 안에 놀리고 있는 커피 메이커 한 대쯤은 다들 있을 것이다.

거름종이 위에 원두 가루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서 커피를 내린다. 원두로 커피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수월한 방식이다.




2) 핸드드립 커피 hand drip coffee


거름 종이에 원두 가루를 넣어 뜨거운 물을 붓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브루 커피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 방식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냥 뜨거운 물을 제사상 술잔처럼 돌려가며 천천히 부어 주는 브루 커피이다.

차문화를 즐기는 일본 사람들이 커피를 차 마시듯 폼 잡으면서 먹으려고 발전시킨 커피이다.




3) 반자동 머신 에스프레소 espresso


가장 돈과 수고가 많이 드는 방식이다.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어야 하고 탬퍼 등도 필요하다. 다른 커피들이 '갈고, 뽑는' 2단계의 수고라면, 반자동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뽑을 경우, '갈고 다지고 뽑고 피우고 청소'하는 5단계의 수고를 필요로 한다. 각 과정 마다 장비, 용품이 필요하다.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건 '에스프레소'를 뽑기 위해서 이다.




4) 모카 포트 moka pot


이탈리아 가정집의 대부분은 모카 포트로 커피를 마신다. '모카 포트'라는 특수한 주전자에 원두를 넣고 그 아래에 물을 채워 끓여서 증기를 통해 커피를 만드는데, 커피가 진하게 나온다.

에스프레소처럼 진한 커피를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이지만 투자와 수고를 덜기 위해 브루 커피보다 진하게 나오는 모카 포트를 선호한다.




5) 캡슐 커피 capsule coffee


플라스틱 혹은 알루미늄 캡슐 속에 다진 원두 커피 가루를 담아 전용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동결 건조 인스턴트 커피를 처음 만든 '네슬레'의 '네스프레소'가 그 시초이다. 이후 많은 커피 브랜드들이 캡슐커피 시장을 만들었는데, 회사들마다 캡슐을 표준이 달라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면도날' 마케팅과 유사한데, 저렴한 머신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비싼 캡슐로 마진을 챙기는 구조이다.




6) E.S.E. 파드커피 E.S.E. pod coffee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이탈리아의 사무실용 커피로 80에서 90%가 사용되는 E.S.E.는 'easy serving espress'의 약자로 원두커피 포장에 관한 국제표준이다. 세계 최대 커피 브랜드인 '일리 illy'가 제안한 E.S.E.는 원두가루를 특정규격에 맞게 미리 탬핑(다지기)을 해서, 원두를 갈고 다질 필요 없이 에스프레소를 뽑을 수 있다.

7 그램의 원두를 44 미리미터의 지름으로 거름종이에 압축해서 포장한 규격은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E.S.E. 파드 전용 머신으로 에스프레소 추출이 가능하다.

표준이 정해져 있다 보니 머신의 브랜드와 커피의 브랜드가 달라도 사용이 가능하다. 커피 브랜드뿐만이 아니라 머신 브랜드인 드롱기, 세코 등도 E.S.E. 표준을 따르고 있다.

참고로 원두 소분 7 그램을 에스프레소 1 샷의 표준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7) 기타


일본에서 커피 오다쿠들이 사용하는 화학실험실 기구 같은 '사이폰 syphon'과 국적이 모호한 '더치 커피 머신(?)' 등으로 커피를 추출하기도 한다.

소프트파드 soft pod를 이용한 커피도 있다. '더파드식스'가 대표적인 브랜드인데, 커피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브루 커피로 분류해야한다. 1잔 분량씩 포장된 브루 커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