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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마흔 여덟, 슬픔에 눈이 밝아지는 나이 조만간 반백이 된다. 경제적, 사회적, 시간적 여유가 더 없어져 버렸다. 객관적으로는 실패해 가고 있는 인생, 어쩌면 이미 실패한 인생일 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슨 연유인지 오지랍은 넓어져서 이것, 저것 보이는 것들이 많아졌는데, 그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모조리 슬픈 것들뿐이다. 붓다의 통찰처럼 인생이라는 것이 원래 고통이라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인생에서 늘어난 것이 슬픔 뿐이다. 부쩍 개가 자주 보인다. 개에게는 같이 사는 사람들이 그 개가 알고 있는 세상의 전부이다. 아이에게 엄마가 전부인 것과 같다. 그런데 그 개를 버리는 인간들이 있다. 세상을 뺏어 버리는 것이다. 개를 버린 인간을 찾아가서 창이 없는 방에 가둬버리고 싶다. 세상을 뺏어버리고 싶어진다. 달도 보인다. 저녁의 초승달과 새벽의 그.. 더보기
참회록, 윤동주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 나는 옛 시인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 더 많은 참회를 해야할 것이나, 참회를 한다는 것마저도 부끄러운 지 아무런 참회도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머리를 풀고 옷을 찢어 참회할 날이 있겠지요. 더보기
십자가, 윤동주 십자가 쫓아오던 햇빛인데지금 교회당 꼭대기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행복한 예수·그리스도에게처럼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어두워가는 하늘 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다른 건 모르겠고, 내 아내와 아이를 위한 십자가만이라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3천년 전의 그 남자가 졌던 것보다 보잘 것 없는 무게인데, 이다지도 어려운 것인지요.파이팅! 해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파이팅! 하세요. 파이팅!엔 소주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