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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책

[커피책] (1) 나는 커피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면 그 장소는 항상 커피집이다

1년 중 날씨가 좋은 2, 3개월을 빼고 나면 약속 장소를 실내로 선택해야 하는데, 술집에도 가기 힘든 낮 시간의 약속은 늘 커피집에서이다. 이야기 거리가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올려진 커피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된다. 특히, 커피와 관련된 일을 하는 나의 약속 상대방들은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공통의 관심사라고 판단해서 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커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어린 아이나 카페인에 유난히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모두가 커피를 마신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커피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정말 착각이다. 밥을 하루 세 번 먹는다고 해서 벼농사 짓는 법, 밥 짓는 법 등을 모두 알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커피를 자주 마신다고 해서 커피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어설프게 알게 된 지식들이고, 그 지식들은 잘못되었거나 알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커피는 그 오해의 정도가 크고, 커피를 즐기는 것과 무관한 지식들이 많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잘못 알고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다.

인생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커피 때문에 괜한 무식쟁이가 되기보다는 커피를 유유자적 즐기는 초연한 인간이 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가만히 있으라!'

그래도 입이 근질거려 못 참는 병이 있다면, 더 무식해 지지는 말자.


지금부터 씌여질 얘기들은 무식병 예방접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