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나라 안팍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프랑스 파리, IS에 의한 테러로 사람들이 죽었다.
한국 서울, 경찰의 테러로 광화문은 물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죽었다.
1987년 초겨울, 이맘때인데 대통령 후보로 유세를 하는 김영삼씨를 본 적이 있다.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광장에서의 유세는 가장 효과적인 홍보전략이었다.
유세장에 모인 사람수에 따라 세력의 크기가 판단되었고,
세력이 클 수록 당선될 확률이 높은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우연히 보게 된 김영삼 대통령 연설회는 말그대로 '가관'이었다.
맨 먼저 가수인 '주현미씨'가 등장했다.
주현미씨가 노래를 부르면 아줌마, 아저씨들이 춤판을 벌렸다.
주현미씨로 끝이 아니었다. 두세명의 가수가 더 나와서 노래를 불렀고 역시 춤판이 벌어졌다.
김영삼씨를 보러 온 것인지 가수들을 보러 온 것이지 불분명한 사람들의 수는 10만명은 되어 보였다.
공연이 끝나면 김영삼씨가 등장해서 연설을 한다.
문장이 끝날 때마다 '김영삼! 김영삼!'을 외친다.
10만명이 동시에 외치는 함성은 상상을 초월하는 장관이다.
광장정치의 시대였다.
자유, 평등, 박애 - 프랑스 국기의 3색인 청색, 백색, 적색이 상징하는 가치들이다.
시민들의 힘으로 공화정을 이끌어낸 나라가 프랑스이며,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서구인들에게는 민주주의 수도이다.
파리가 '이슬람 원리주의' 집단인 IS에 의해 테러를 당했다.
'이슬람 원리주의'라는 합성어에서 키워드 key-word는 '이슬람'이 아니라, '원리주의'이다.
'원리주의'는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인 '자유, 평등, 박애'에 대치된다.
테라스에서 휴식을 즐기던 사람들이 테러를 당해 사망했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테러 이후에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je suis en terrasse" 나는 테라스에 있다고.
프랑스인들은 18세기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외치고 있다.
광화문 광장 앞에서 10만명이 벽에 막혔다.
광화문은 광장이고 광장은 시민이 모이는 곳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벽으로 다가가던 시민들은 테러를 당했다.
경찰들은 물대포로 시민들을 벽에서 몰아냈다.
이스라엘에서 처음 도입한 물대포는 시위를 하는 시민을 진압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다.
폭도를 진압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민의 권리에는 '시위'도 포함된다. 경찰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시민을 폭도로 몰아 진압했다.
그런데, 한술 더 떠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민들을 IS에 비유했다.
그리고, 역시 '원칙'을 내세웠다.
2015년 11월,
광장정치를 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망했고,
시민들은 광장에 모인 이유만으로 테러리스트가 되었으며,
IS는 '원리주의'를,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을 내세우고,
파리지앵들은 테라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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