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듯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들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에셔 전시회를 보러 세종문화회관에 갔다가 뒷뜰에 있는 주요한 시인의 시비를 보고 사진에 담아왔습니다.
전시를 보고 집에 돌아온 저녁으로 마침 비가 내렸습니다.
기쁜 소식이 어여 들었으면 합니다.
'시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 (0) | 2017.09.05 |
---|---|
세월이 가면, 박인환 (0) | 2017.08.30 |
죄와 벌 (0) | 2017.08.04 |
귀천(歸天), 천상병 (0) | 2017.08.01 |
비 오는 날, 천상병 (0) | 2017.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