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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고요한 낮과 밤 내 아버지는 큰 회사의 전기공이셨다.연말이면 품에 회사에서 아이들이 있는 직원들에게 나눠 준, 종합선물세트를 안고 오셔서 형과 나를 기쁘게 해주셨다. 나는 산타크로스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매년 크리스마스 이브 밤이면, 양말을 머리맡에 놓으며 아버지에게 말했다."아빠, 백원짜리 하나 넣어주이소." 겨울이면 집 뒤 언덕에 있는 교회는 반짝이는 전구들로 둘러쳐졌고 거리마다 캐롤이 울려퍼졌다.몇 개 안되는 TV채널들은 크리스마스 특선 만화를 해줬다.밤이면 교회의 아이들이 나와 문앞에서 불러주는 을 따뜻한 방에서 들을 수 있었다. 나는 행복한 집의 행복한 아이였다.겨울, 날씨는 추웠지만 항상 따뜻한 시절이었다. 이제 성냥을 팔다 얼어 죽는 불쌍한 소녀는 더 이상 없다.오히려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소녀들이 많아지고.. 더보기
[커피책] (2) 아메리카노는 미국 커피가 아니다 더치 커피 dutch coffee는 네덜란드 커피가 아니다. 일본 커피이다.물을 흘려 커피를 내리는 방식을 브루 brew 라고 한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커피메이커가 이러한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어낸다. 커피메이커가 더운물로 커피를 만드는 반면 더치 커피는 차가운 물로 커피를 내리는 방식이다. 콜드 브루 커피 cold brew coffee인 것이다. 천주교의 성자인 발렌타인에 초콜릿을 결합시킨 일본인의 상술은 콜드 브루 커피에 네덜란드를 결합시켰다. 그 유래까지도 그럴싸하게 지어냈다.대항해 시대의 네덜란드의 선원들이 오랜 항해 중에 커피를 마실 수 없어서 커피에 찬물을 내려서 커피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도 있던 커피 추출방식에 이름만 네덜란드(dutch)를 붙인 것뿐이다. 학창시절 우연히 만.. 더보기
광야 1. 어쩌다 보니 광야다. 수 세월 동안 풀 한 포기 자란 적 없는 땅에 떠밀려 떨어졌다. 어쩌다 보니 마흔 넘겨 이렇게 되고 말았다. 무섭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2. 멀리 산이 보인다.멀리 물도 있으리라. 씨발, 가보자. 안죽으면 되는 거다.그러면 사는 거다. 너희들이 아무리 지랄해도나는 안죽는다.그러면 사는 거고,그러면 이기는 거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