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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사랑의 장면 사랑의 장면 장면 1 여름 밤, 시원한 어둠이 내려앉은 주차장 쪽 출입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있는 정문과는 달리 호텔 뒤 주차장은 음산한 느낌이 들 만큼 고요했다. 출입문 계단에 앉아 어둠과 어둠 사이사이에서 반짝이는 불빛을 응시하고 있었다. “담배 하나 줄래요?” 뒤에서 들리는 여자의 목소리. 돌아보니 하늘하늘한 원피스의 여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스물넷의 남자라면 설렐 수밖에 없는 미모와 옷차림이었지만 그에게는 너무 흔한 모습이었다.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주었다. 여자는 남자 옆에 앉으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와 라이터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놓여 경계, 혹은 공유물을 나타내는 듯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연기를 내뿜었다. 검은 담배 연기였지만 더.. 더보기
[손바닥 소설] 행복한 날 행복한 날 며칠째 속이 좋지 않았다. 남편의 걱정을 덜고 싶어 병원에 갔다. 내과 전문의는 산부인과에 가보길 권했다. 결혼 5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걱정은 않았지만 남편도 아이를 갖길 원했다. “임신입니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출산, 육아 용품을 검색하다가 앙증맞은 배냇저고리를 보니 눈물이 흘렀다. ‘이걸 꼭 사야겠다.’ 남편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저녁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그 웃는 입술에 뽀뽀를 하고 껴안고 싶었다. 이런 일을 목소리만으로 전달하고 싶지가 않았다. 부도, 회사가 망했다. 신용카드 대출까지 받아가며 막아왔지만 한계를 넘어버렸다. 이틀 후의 지급 만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집도 걱정이었다. 담보를 걸어둔 집도 곧 .. 더보기
[손바닥 소설] 첫사랑 첫사랑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20년 동안 가끔 떠올리기만 했던 여자였고 20년 중 최근 10년이 넘는 동안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여자였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였지만 조금 전까지도 사랑하지 않았던 여자가 이토록 그리워질 수 있는 것일까? 지금 내 앞에는 아내가 있지만 이 그리움은 견딜 수가 없었다. “잠시 나갔다가 올게.” 아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집을 나서면서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다. 어디서 그녀를 만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 그런 거지, 뭐.” “뭐가 그런 거예요? 그런 거 아니예요. 내가 나쁜 년인 거라고요!” “아니야. 내가 나쁜 거야. 내가 이런 거라서 넌 선택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거야.” 그녀는 울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