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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

[손바닥 소설] 첫사랑

 

첫사랑

 

 

그녀가 너무 보고 싶었다. 20년 동안 가끔 떠올리기만 했던 여자였고 20년 중 최근 10년이 넘는 동안은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여자였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였지만 조금 전까지도 사랑하지 않았던 여자가 이토록 그리워질 수 있는 것일까?
지금 내 앞에는 아내가 있지만 이 그리움은 견딜 수가 없었다.
“잠시 나갔다가 올게.”
아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집을 나서면서 스스로도 놀라고 말았다. 어디서 그녀를 만날 수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었다.

“미안해요.”
“아니, 괜찮아. 그런 거지, 뭐.”
“뭐가 그런 거예요? 그런 거 아니예요. 내가 나쁜 년인 거라고요!”
“아니야. 내가 나쁜 거야. 내가 이런 거라서 넌 선택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거야.”
그녀는 울고 있었다.
“미안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커피집을 빠져나가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날 힘이 없었다. 그저 앉아있었다. 힘없이 고개를 숙이니 식어버린 커피 두 잔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대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그녀가 나타났다.
많이 바뀌었지만 그녀였고 이상하게도 내가 알던 그대로의 그녀였다.
“잘 지냈니?”
그녀는 대답을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눈물을 흘렸다.
“네.”
“그냥, 갑자기 보고 싶어서 보러 왔어. 그냥.”
“나도 꼭,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어요.”
“잘 지내는구나.”
아름다운 집이었다. 크지 않은 대문 안, 그녀의 배경으로 예쁜 집과 정돈된 정원이 있었다.“
“네, 잘 지내죠?”
“응, 난 잘 있어. 잘 살고 있으니 됐다. 봤으니.”
“....”
“갈게.”
그렇게 돌아서서 오후를 즐기며 산책하듯 걸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래, 이만하면 괜찮은 거야, 좋은 거야.


“엄마, 엄마!”
낮잠을 아이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엄마, 엄마 왜 울어?”
눈을 뜨려고 하니 속눈썹과 뺨에 눈물이 느껴졌다.
“엄마가 꿈 꿨나봐.”
“하하하, 아빠가 빨리 오래.”
남편은 좋은 오후라 정원에서 식사를 차려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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