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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내리사랑 다음 차례는 수수하지만 단아한 품의 고운 할머니였다. “아이고, 고운 어머님이 오셨네.” “네, 안녕하세요.” 할머니는 인사를 하고 소리없이 방석에 앉았다. “그래, 뭐가 궁금해서 오셨어요?” “손녀가 시험을 쳐요, 공무원이요. 1년 넘게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되어야 하거든요. 내가 아는 것도 돈도 없어서 도와주지도 못하고..., 그래도 착한 아이라 정말 열심히 했어요.” “할머니가 키우셨죠? 엄마, 아빠가 안 보이네요.” “네. 딸이 죽고 사위는 집을 나가버려서. 20년이 다 됐네요.” “고생 많으셨네.” “나는 괜찮은데...” 할머니가 코를 훌쩍이기 시작했다. “우리 손녀가 너무 고생했어요. 그런데도 내색도 안하고.” 할머니에게 화장지를 내밀었다. “그래서 합격이 어떻게 될지 알아보러.. 더보기
[손바닥 소설] 고독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 “그래서,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 “아니, 뭐, 그냥, 심심하니까.” 그는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을 심심해서 하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좀 그런가? 그래도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니까, ..., 좀, 외롭기도 하고, ..., 그냥 한 거야, 그냥.” “너무 하시네” “자꾸 그러지 말고 술이나 한 잔 해.” 말을 돌리고 싶기도 하고 말 보다는 술이 좋았다. 그는 가득 찬 소주잔을 내밀었다. ‘쨍’ 잔이 부딪히고, 둘은 술잔을 비웠다. “카아, 난 이게 좋아.”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하하하하하” 말투와는 달리 명료하고 호탕한 웃음 소리를 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난 상상이 안되네요.” “뭐, 별 거 있나? 그냥 하면 돼.” “그냥.. 더보기
[손바닥 소설] 똥 마려운 백설공주 똥 마려운 백설공주 무섭게 쫓아오는 듯한 어두운 숲의 그림자들을 피해 달아나다 비어있는 난쟁이들의 집을 발견했을 때, 백설공주는 깊은 안도와 함께 엄청난 배변욕이 느껴졌다. 두려움이 사라지자 원초적인 욕구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허리를 바짝 숙여서 작은 문을 통과해서도 낮은 천장에 허리를 완전히 펼 수가 없었다. 바삐 고개를 돌려 화장실문을 찾아 다시 기듯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 백설공주의 입에서 한숨 같은 탄성이 나왔다. 변기가 너무 낮았던 것이다. 난쟁이들의 다리길이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높이였지만 그녀에게는 황당한 변기였다. 치마를 바짝 올리고 변기에 앉으려고 했지만 쪼그려 앉아서야 겨우 엉덩이에 닿았다. ‘이럴 거면 숲에서 쌀 걸 그랬어.’ 불편한 화장실이었지만 욕구가 해결되자 마음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