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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광야, 이육사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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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위를 둘러보면 모두 지평선일 것만 같은,

그런 고독이 엄습해 올 때가 있습니다.

아마 신(神)이 필요한 순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야 합니다.

독수리가 심장을 쪼아도, 바위가 산비탈로 굴러 떨어져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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