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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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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은 내가 아는 가장 시인답게 생기신 시인입니다.

한 행 한 행마다 깊은 고뇌의 흔적을 지운 언어를 조각하는 시인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행,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그 무너진 자리에 새롭고 아름다운 것이 다시 축조되는 감상을 가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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