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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향수(鄕愁), 정지용


향수(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안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집웅,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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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읖조릴 때마다 참 아름다운 말이라는 느낌입니다.

고운 시상이 고운 말을 만나 아름다운 시를 이룬,

이 시를 읖조릴 때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도 머리속에 고향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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