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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초혼 招魂, 김소월

초혼 招魂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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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죽음과, 그 죽음을 돌리고 싶은 희망과, 그 희망이 좌절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슬픔.

김소월 시인의 초혼은 내가 아는 시詩 중에서 가장 슬픈 시 중에 하나이다.


장례미사를 마치고 회사를 출근하면서 많은 사람이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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