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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에 대해 말하기

설현의 백치미, 설경구의 사과

경구는 위대한 배우입니다.

그는 <박하사탕>에서 "나 돌아갈래!"로 영화사상 가장 유명하면서도 여운이 오래 남는 대사를 남기기도 했고요.



요즘 좀 신통찮은 영화에만 출연해서 좀 쉬었었는데, 김영하 소설가 원작의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주인공인 노인으로 출연한다고 합니다.

아주 기대가 큽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작 보다 더 나은 영화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설경구 배우는 별다른 분장 없이 출연한다고 합니다. 굶어서 얼굴살을 빼서 주름과 거친 노인의 피부를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사실, 배우가 살을 찌우고 빼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들의 직업이 그런 것이니까요. 그러라고 제작사는 배우에게 돈을 많이 주고, 관객들은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영화를 봅니다.



설경구씨가 <살인자의 기억법>에 함께 출연한 설현씨에게 "백치미"라는 말을 했다고 뉴스에 나고, 사과까지 했다고 합니다.

"백치미"는 말그대로 아는 것이 없는 듯한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순수해 보이거나 깨끗해 보이는 여성에게 사용하는 단어입니다. 뇌색미, 우아미 등과 함께 아름다움(美)의 종류 중 하나입니다.


현씨는 안중근 의사를 '긴또깡'이라는 같은 팀 멤버의 말에 웃고 까불고 하다가 사과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무식을 들어낸 게 잘 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과까지 해야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런 병신", "병신 지랄" 등의 말을 자주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장애가 있는 사람 앞에서 하면 엄청난 실례가 되겠지요.


설경구씨가 설현씨에게 '백치미가 있다'는 말에 열폭한 것은 <국민일보> 이은지 기자입니다.

여성에게 '백치미'라는 단어를 쓰는 건 여성비하이다, 라는 논리로 기사를 썼습니다. (바로 이럴 때 내가 쓰는 말이 "이런 병신"입니다.)

아마 '긴또깡 사건'과 연관된 설현씨의 이미지가 연상되어 "이건 욕이다"라며 기사를 작성했을 듯 합니다.



설현씨는 좀 더 유식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민주화'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일베'라면 욕을 먹던 전효성씨는 한국사능력검정에서 3급을 받습니다. (정상적으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3급 정도 나옵니다.) 어릴 적부터 엔터테이너로만 성장한 사람에게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지는 것이 대단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아는 것을 모르면 '무식'하다는 얘기를 들어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노력은 해야하는 겁니다.


자는 팩트만 전달한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드러내는 팩트와 숨기는 팩트 사이에 기자의 욕망이 언제나 끼어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는 정의로워하고 정확해야 합니다. 그럴 것이라 믿기에 시민들은 기자에게 보이지 않는 권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걸로 열 올리지 말았으면 합니다.

쓸 기사가 없으면 그냥 쓰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