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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그래, 미안해 아내가 울었다. 나는 울지 않았다. 모든 슬픈 사람이 모두 눈물을 흘린다면 누구도 위로 받지 못할 것이다. 슬픔의 근본적인 원인을 따지자면 사랑이다. 아내가 울면서 소리쳤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소리쳤다. 그리고 슬퍼했으며 슬퍼서 울었다. 모든 슬픈 사람이 모두 눈물을 흘린다면 누구도 위로 받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였음으로, 나는 울지 못했다. 더보기
유리 유리 그때,40 년이 넘도록 버텨주던 심장이 깨졌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너무도 빨리 머리 속을 지나갔다.그리고,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에, 마음보다 먼저 무릎이 무너졌다. 아, 나는 이다지도 나약하였구나!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 이 저녁,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더보기
집으로 간다. 겨울, 비, 밤, 취기. 이 정도면 집으로 가야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거기에 더하여, 나는, 사람을 잃고 직장을 잃고 아이의 학원비와 아내의 소박한 인터넷쇼핑을 할 벌이를 잃었다. 집으로 간다. 가장 미안한, 아내에게 간다. 딸아이는 자고 있으니 잠시 덜 미안하자. 사랑하면 그걸로 다 된다는 거짓말은 아내가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사랑에도 돈이 필요하다. 그런 시절이다. 그래서 돈도 없이 사랑하는 나는 아내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다. 맘 놓고 술을 마시지 못한 밤, 비, 겨울. 사랑을 시작하긴 참 쉬웠는데 사랑을 한다는 건 참 어렵다. 나는 집으로 가고 싶어서, 나는 집으로 간다. 주저리 시를 쓰는 동안에도 집으로 가고 있는 버스가 고맙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