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E.T.

학원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지금의 입시제도가 부모 세대의 입시제도와는 판이하다는 사실을 부모들도 잘 알고 있다. 바뀐 입시제도에 맞춰서 내신을 올린다느니 하며 아이들의 사교육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는다. 어른은 8시간을 근무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10시간 이상 씩 학교와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너 공부 시키려고 엄마, 아빠가 이렇게 고생한다."고 말해서는 안될 지경이다.

엄마, 아빠 고생 시키려고 내가 공부한다.

   이 말이 더 현실적이다. (아이의 공부에 대한 기대만 접으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10시간 정도면 공부를 못할래야 못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런데 왜 나는, 우리 아이는 성적이 이 모양일까?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뭔가를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쁜 건 지금까지의 방법이 잘 안통했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 아이도 부모도 절대 다른 방법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성적 좋은 아이들이 하는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보내고 동네에서 제일 좋다는 학원 보내고, 부족한 과목은 과외도 붙여주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정해주고, 컴퓨터 게임도 못하게 하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결과는 어떻든가? 시험 성적을 받아든 아이는 매일 10시간의 학습과 시험 전 잠을 아껴가며 공부를 했는데도 성적이 이 지경이라며 좌절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에 미쳐있어서 그렇다며 나무란다. 부모도 아이도 힘들게 준비한 시험인데 모두 실망하는 결과가 나온다.


   사실은 너무도 뻔한 결과이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도 못하는 아이도 같은 학교, 같은 학원의 학생이다. 공부하는 시간도 같고 수업도 같다. 여기서 착각이 생긴다. 

나도(우리 아이도) 쟤처럼 잘 할 수 있어.

  틀렸다.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공부 잘 하는 아이와 우리 아이, 단 둘만 그렇게 공부한다면 성적이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학교와 그 학원은 모든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다. 1등은 계속 1등이고 꼴등은 계속 꼴등이다.

   지금과 똑 같이 하면서 성적이 오르길 바라다가 그 성적 그대로 대학을 입학해야 한다.



   어떻게 바꿀까를 생각하기 이전에 하루 일과를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를 살펴보자.




   07시~09시 : 아빠가 보는 TV뉴스가 켜져있다. 밥을 먹고 옷을 입고 학교에 간다.

   09시~12시 : 수업을 받는다. 수학은 두어달 전에 학원에서 배웠던 거고, 영어는 멍 때린다. 나머지 과목은 들을 만하다.

   12시~13시 :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좀 논다.

   14시~15시 : 좀 졸리지만 오전과 똑같다. (수학은 아는 거고, 영어는 모르겠고, 나머지는 재미는 없지만 그나마 들어줄 만하다.)

   15시~16시 : 친구들과 놀거나 웹툰을 보거나 하며 학원 갈 시간을 기다린다.

   16시~18시 : [학원] 수학은 다음 학기를 선행하고, 영어는 선생님만 수업한다.

   18시~19시 : 저녁을 먹는다. 밥 먹는 건 20분도 안걸리지만 저녁시간은 1시간이니 그냥 그렇게 보낸다. 웹툰을 보거나 게임을 잠시 한다.

   19시~22시 : 학교 숙제와 학원 숙제를 하고, 과외를 받기도 한다. 엄마는 영어단어를 외우라고 한다. 인강을 들으며 공부하는 척한다.

   22시~23시 : 드라마를 본다. 유일하게 편히 쉬는 시간이 아닐까?

   23시~24시 : 잔다.




   이 아이의 공부 시간은 얼마나 될 것같은가? 답은 '0 시간'이다.



   부모들의 가장 큰 오해는 학원 수업이나 과외 수업을 통해 아이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자, '학습 學習'이라는 한자 단어의 뜻을 살펴보자. '학 學'자는 '배운다'는 뜻이다. 배우는 것은 수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습 習'은 '익힌다'는 뜻이다. 바로 '공부'를 의미한다.

   배우기만 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다. 아이의 뇌는 수업을 통해 단기기억 속에 배운 것을 저장하지만, 이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유지된다. 수업 후 1시간 후에는 56%만 남고, 30일이 지나면 20%만 남는다. 그래도 20%가 남으면 다행이다. 수업을 온전히 집중해서 100% 이해했을 때 그 만큼 남는다는 얘기이다.

   위에서 예시로 든 아이의 경우, 몇 시간의 학습효과가 남게 될까?

   학교에서의 아이는 전체 수업의 1/4만큼도 집중하지 않는다. 수학 학원에서는 문제풀이만 반복하고 숙제로 다시 반복한다. 學은 없고 習만 있다. 영어 학원에 있는 시간은 뇌를 비우는 시간이 된다.

   하루를 꼬박 투자해서 1, 20분 내외의 분량만 아이에게 남는다.


   남 얘기가 아니다.

   바로 당신의 아이고, 바로 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