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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

공부를 모르는 아이보다 더 모르는 부모



   나는 아이를 키우는 아빠다. 그리고 사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설 교사이다. (그래서, 이 카테고리가 Smoking English Teacher의 약자인 S.E.T.이다.) 앞으로 공부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중학생들을 주로 가르친다.

   고등학생들이야 알아서 공부를 한다.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에겐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집이나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학원에서 부족한 과목을 배우는 것이 좋다. 공부의 양이 성적을 가른다. 불필요한 시간을 만들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공부를 안하는 아이들은 어차피 안할 아이들이다. 가르치는 것만드로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수업 보다는 욕과 폭력이 성적을 올려준다.

   군대에 들어가면 조교가 '복무 신조 암기하는데 3분'이라고 욕을 섞어서 말한다. 외우지 못하면 맞을 것 같고 벌을 받을 것 같은 중압감과 긴장을 느끼게 된다. 신병들 대부분은 기적적으로 복무 신조를 암송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을 3년 동안 폭력으로만 가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배운 아이들은 폭력의 효과를 자신의 자녀들에게 써먹을 수도 있고, 회사의 부하직원들에게 사용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안 맞으면 안하는 아이가 된다는 사실이다.


   성적으로 나타나는 학업 실력은 수업이 아니라 공부에서 쌓인다.

   학교나 학원에서의 수업은 공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수업 - 학업을 받음'이다. 모르던 것은 이해하거나 알고 있던 것을 다시 되새기고 깊이를 더 하기 위한 것이 수업이다. 수업에 '공부'가 따르지 않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운 것은 사라진다. 인간은 잊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순리를 거슬러 망각을 극복하는 것이 공부이다.


   공부와 관련된 책을 보면 공부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물론, 나도 공부 방법에 대해서 기술할 예정이다.)

   여기서 질문: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먼저인가, 공부를 잘 하는 것이 먼저인가? 너무 당연한 질문이다. 시작하지도 않은 공부를 어떻게 잘 할 수 있겠는가? 

공부를 시작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동기'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겐 공부를 해야할 동기가 없다. '좋은 대학 가려면 공부해라', '1등하면 핸드폰 바꿔줄께', '이번에 성적 떨어지면 용돈도 떨어진다' - 물론, 이런 부모의 당근과 채찍이 동기가 될 수도 있다. 아이가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동기가 된다.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말에 공감할까? 최소한 내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없었다. 아이들이 부모의 말에 공부를 하는 척이라도 하게 되는 경우는 '이놈의 자식, 공부 안하고 맨날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들어가서 공부해!'라고 질책을 들을 때밖에 없었다.


   내가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이도, 부모도 공부를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잘 모른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으로 끝인 줄 안다. 대한민국의 90% 이상의 중학생이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다. 학원도 가르치는 곳이다. 배운 것을 스스로 공부하지 않으면 결국 남는 것도 없다. 방과 후부터 저녁 10시까지 끊임없이 학원을 옮겨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공부는 언제하라고 학원만 보내는 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묘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들에게는 결정적인 동기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내 앞에 앉은 놈이 잘난 척하는 것이 죽도록 미운데 1등이라 반박도 못할 때, 내가 1등이 되어서 입을 닥치게 해야겠다거나, 갑자기 집이 폭삭 망해서 공부를 해서 우리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동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부모나 아이들에게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큰 돈을 만드는 방법에는 로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몇 천원씩 모아서 큰 돈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공부에서도 작은 동기들이 모여 큰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이에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학원을 보내거나 책상에 강제로 앉히는 것보다, 얼굴을 마주 보고 웃으며 나누는 대화를 해야한다.

   내 수업의 3분의 1 이상은 대화이다. 그 대화 중에는 '선생님은 돈을 받고, 부모님은 너를 가르치기 위해 돈을 내신다'는 내용도 들어간다. 부모가 고생해서 번 돈이 아깝지 않게 수업에 집중하고, 배운 걸 까먹지 않게 복습하라는 말도 이어서 한다.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의 관심을 끌어오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말을 물가에 끌고 수는 있지만 물을 먹일 수는 없는 것이다. 채찍질 보다 목이 마를 때까지 쓰다듬으면서 기다려야한다. 친절한 말로 아이를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


(아이한테 '공부하라'고 말할 때의 당신의 표정을 본 적이 있는가? 위의 사진은 양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믿어주자. 아이가 부모 말을 듣지 않는 건 부모를 못 믿어서이고 부모를 믿지 못하는 건 부모가 아이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가 속을 썩인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속을 썩인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아이가 해야 하는데, 왜 부모의 생각과 의견만 강요하는가?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부모가 아이보다 더 잘 알 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공부를 해야하는 것은 아이인 것이다. 당연히 아이의 생각과 의견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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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이자면,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에게는 추가적인 동기 부여가 필요없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그래서 성적이 오르면 더 욕심이 생기게 된다. 학습의 선순환이 발생한다. 가끔, 아이가 갈피를 못 잡을 때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눈 앞의 가시덤불을 치워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다시 길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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