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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타는 목마름으로 -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내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 오는 삶의 아픔 살아 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 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 더보기
내 마음의 무지개 내 마음의 무지개 늙지 않는 죄를 지은 아내는내 마음에 무지개가 되는 벌을 받았다. 나보다 어리고 예쁜 아내는 나이보다도 많이 어려보입니다.가끔 딸아이와 나들이를 할 때, 딸이라는 걸 밝히면사람들이 기막힌 표정으로 눈동자를 아내와 딸에게 옮기며 놀라곤 합니다. 퇴근길에 아내와 통화를 하는데,열두살 많은 분(큰 언니뻘?)과 버스를 탔는데주책 맞은 아저씨가 "어머니", "따님"하며 말을 걸어 민망해했다고 합니다. 아내는 내가 가장 밉다면서도하루의 가장 재밌는 얘기를 내게 가장 먼저 해줍니다. 아내는 매일 내 마음의 무지개가 됩니다. 더보기
폭염 폭염 커다란 주먹이 천천히 날아왔다.나의 반응은 주먹보다 느리다. 쾅! 머리 속에서 붕괴의 소리가 울린다.폐허가 된 7월의 아저씨. 재건?버려진 인생에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