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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

[손바닥 소설] 가장 깊은 고독의 순간

가장 깊은 고독의 순간

 

 

깨끗한 물, 깨끗한 바람, 깨끗한 하늘.
여섯 살이었거나 그 보다 더 어렸던 것 같다. 아버지는 건강했고 엄마가 젊을 때였다. 깊은 산 중 발목만 겨우 빠지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물은 햇빛에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물빛에 눈이 시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그 파란 하늘조차 한없이 맑아서 오랫동안 올려볼 수가 없었다.
하늘에 오르고 싶었다.
그때는 몰랐다, 파란 하늘에 오르면 파란 하늘이 없다는 사실을.

비행사가 되었다. 하지만 비행사도 하늘에서보다는 땅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공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깨끗하지 않았다.
달 탐사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자원을 했고 선장이 되었다.

그리고, 탐사선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나는 우주로 튕겨져 나와 지구에서는 상상도 못할 속도로 날고 있다.
햇빛이 막힘없이 비치는 곳이지만 우주는 아주 춥다. 머지않아 몸이 얼어붙겠지만 그 전에 호흡을 못해서 죽게 될 것이다. 불과 몇 초, 몇 십초 후면 아무런 생각을 못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않고 지금 이 상태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쓸데없이 너무 많은 지식을 쌓아왔다.

폭발 후 몇 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탐사선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별들과 지구가 보일 뿐이다. 인공물은 내가 입고 있는 옷뿐이다.

이곳은 깨끗하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이 깨끗한 곳에서 냉동상태의 부유물이 될 것이다.

아직 생물인 지금, 몹시 고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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