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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

[손바닥 소설] 최초의 전쟁

 

최초의 전쟁

 

 

달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한 것은 1년여 전이었다. 천문학자들이 더 먼 우주를 관찰하는 동안 아마추어들의 구식 망원경은 달을 향해 있었고, 달에서 인공구조물들을 발견한 것이다. 전세계의 시선이 달로 모였고 건설 중인 구조물이 무기라는 것을 알아내는 데까지는 하루도 필요하지 않았다.
언제나 같은 면을 보여주는 달에 설치될 무기는 언제나 지구를 향하게 될 것이었다.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지만 혼란은 크지 않았다. 달에서의 외계인의 기지 건설이 완료되기 전에 타격하여 침략의 위협을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 지구인들의 뜻이 모였다.
최고의 우주 항공 기술과 군사 기술을 가진 미국의 주도로 달기지 공격용 우주함정 개발이 시작되었고 달기지 건설의 공정을 계산하여, 기한은 1년으로 정해졌다. 짧은 기간에 이전에 없던 항공체를 만들어야하는 만큼 전세계 최고의 석학들과 기술자들이 협업을 했다. 중국, 인도, 프랑스, 일본, 독일 등의 우주과학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발사체 부품을 생산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도고’로 정해졌다. 일본의 도고 제독이 열세의 해전에서 발틱 함대에 승리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함정의 이름도 ‘도고호’로 정해졌다.
함정의 개발과 함께 부대가 편성되었다. 공군과 해군, 그리고 공학자들로 후보자들이 선발되었고, 우주 비행과 전투라는 상황에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혹독한 테스트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발된 인원들로 도고호의 탑승자가 구성되었다.
평균 연령은 38세였으며, 최고령자는 49세의 함장, 쿠퍼 제독이었다. 언어는 영어로 통일되었다.

 

 

“이와 같은 전지구적인 협력은 인류사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지구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로서 하나가 될 것입니다.”

도고함의 공개 행사에서 UN 사무총장은 이렇게 축하를 했다.
소규모 공격을 방어할 소형미사일 97정과 기지공격용 핵미사일 8정을 탑재한 도고함은 니미츠급 항공모함을 압도할 위용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와 무게의 함정이 하늘로 떠올라 지구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도고함은 그 크기의 3배쯤 되는 강철 구조물 위에 서있었고, 그 구조물은 도고함을 우주로 보내기 위한 연료로 채워지고 있었다.


도고함은 전세계의 기대와 염려 속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지구를 2바퀴 반을 돌고 나서야 탈출 속도를 얻은 도고함이 대기권을 벗어나자 세계는 안도와 함께 승리를 확신했다.
도고함이 달로의 안정 항로에 접어들자 쿠퍼 제독은 지구에서 작성한 연설문을 손보기 시작했고, ‘이로서 우리는 우리를 지켜낼 것입니다’라는 문구로 마무리를 했다.

쿠퍼 제독은 의외로 담담한 기분이 들었다. 2일 후면 그가 승리할 것이며 지구는 안전해질 것이다. 그는 카메라 앞에 앉았다. 안정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모든 옷의 엉덩이 부분과 신발바닥에는 자석이 부착되어 있어서 의자에 앉을 때 ‘찰칵’하는 소리가 났다.

“제독님, 5초 후에 시작합니다.”

방송 PD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시작시간을 알려주었다.

“안녕하십니까, 도고호의 함장, 제임스 K. 쿠퍼 함장입니다.”

지구는 늠름한 함장의 단호한 말투의 인사에 환호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그걸로 끝이었다.
도고함은 순식간에 4등분으로 나뉘었다. 도고함의 갈라진 틈으로 작은 불꽃이 튀기는 했지만 아무런 소리도 없이 지구와 달 사이에서 고철이 되어버렸다.
우주에서 생존할 수 있는 1분여의 시간, 승무원들은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곧 호흡곤란에 괴로워하다 사망했다.

도고함이 대기권을 탈출하기 위해 지구를 돌고 있는 동안 달에서도 한 대의 무인 비행체가 지구를 향해 출발했다. 비행체는 오래지 않아 도고함을 겨냥했고, 도고함의 레이더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먼 거리에서 십자형의 레이저광선을 도고함의 정면에서 발사했다. 정면에서 레이저광선을 맞은 도고함이 4등분으로 나뉘기까지는 발사시각부터 1초 남짓에 불과했다.

지구인이 겪은 최초의 우주전쟁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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