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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들

더럽게 춥네



겨울이면 등에 통증이 생긴다.

명치 뒤의 척추를 뭉뚝한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느낌을 달고 산다.

가끔은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질러야 할 지경인데, 따뜻한 곳에 들어가면 언제 아팠냐는 듯 아무렇지 않아진다.


'아무렇지 않다'는 건 아주 괜찮은 상태이다. 기쁘거나 행복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불안하거나 불편하거나 불행하지 않은 상태이다.

8, 90년의 인생이 아무렇지만 않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일 것이다.

아무렇지 않은 인생에는 의외로 행복한 순간들이 많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 500원을 주울 수도 있고, 아이가 학교에서 상을 받아 올 수도 있고, 아내가 멋지고 맛있는 저녁을 차려 놓고 기다리는 날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발작하는 등의 통증처럼 아픈 날들이 있다. 

버스에서 지갑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아이가 학교에서 다쳐 올 수도 있고, 아내가 부족한 생활비에 힘들어하는 날도 있는 것이다.

인생에는 어쩔 수 없이 이런 날들이 있다.


요즘 나는 통증을 달고 산다.

등의 통증은 따뜻한 바람만으로도 회복되지만, 마음에 담처럼 뭉쳐진 응어리는 잠을 잘 때도 한 번씩 통증을 일으켜 잠을 못 이루게 한다.


아픈 겨울이다.

그래도 아직은 따뜻할 수 있는 '아무렇지 않음'이 남아있다.

누구나 쉬어가는 계절, 등의 통증을 좀 참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아무렇지 않은 나날들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소주 대신 따뜻한 집에서 하얀 밥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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