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썸네일형 리스트형 집 집으로 간다. 겨울, 비, 밤, 취기. 이 정도면 집으로 가야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거기에 더하여, 나는, 사람을 잃고 직장을 잃고 아이의 학원비와 아내의 소박한 인터넷쇼핑을 할 벌이를 잃었다. 집으로 간다. 가장 미안한, 아내에게 간다. 딸아이는 자고 있으니 잠시 덜 미안하자. 사랑하면 그걸로 다 된다는 거짓말은 아내가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사랑에도 돈이 필요하다. 그런 시절이다. 그래서 돈도 없이 사랑하는 나는 아내에게 미안할 수밖에 없다. 맘 놓고 술을 마시지 못한 밤, 비, 겨울. 사랑을 시작하긴 참 쉬웠는데 사랑을 한다는 건 참 어렵다. 나는 집으로 가고 싶어서, 나는 집으로 간다. 주저리 시를 쓰는 동안에도 집으로 가고 있는 버스가 고맙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