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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유리창, 정지용


유리창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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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키우던 기니피그가 죽었습니다.

작년 2월, 딸아이가 울며 갖고 싶다하여 아주 작은 아이를 데려와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어른 팔뚝만큼 커져서 건강하게만 보이는 아이였습니다.

며칠 밥을 안 먹었는데, 기니피그는 하루만 안 먹어도 위험한 상태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딸아이가 학교에 가있는 동안 병원에 다녀왔는데, 병원에서 돌아오자마자 숨을 꼴딱 거리더니

그 까맣고 맑은 눈을 뜬 채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습니다.

감겨 주려해도 감겨지지 않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곱게 싸서 동물 병원에 장례를 부탁하고 늦은 출근을 했습니다.

급한 일들을 처리하고, 담배 한 대를 피우는데 눈에 담배 연기가 들어가서 눈을 부빌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곧 학교에서 돌아올 딸아이는 집과 사료더미들이 치워진 거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아내는 아이가 죽었다고 말해줘야 합니다.

아마 몹시 울 것 같습니다.

죽음, 그것은 의외로 평화롭게 찾아오지만,

남은 사람들에게는 슬픔이 됩니다.


사람이 죽으면 천국도 가고 지옥도 간다는데,

그 아이도 어딘가로 가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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