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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

[손바닥 소설] 섬멸의 예외

섬멸의 예외

 

 

작전은 간단했다. 한 마을에 모여 사는 반군 지지자들을 섬멸하는 것이었다. 무장하지 않은 72명이라는 정보를 받았다. 마을 주민들 모두를 사살하고 반군들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도록 마을을 불태우면 끝나는 작전이었다. 예상 작전 시간은 1시간 40분이었다.
“빨리 끝내고 가자.”
마을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12명의 소대원들이 탐승한 차가 멈추자 소대장이 격려했다.
6명 2열 횡대로 비포장도로를 걷는 동안 방해물이 없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2분 일찍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어스름 새벽이라 마을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작전 개시.”
소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12명은 2인1조로 계획했던 동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내 소총을 발사했다. 소총을 든 용병들에게 저항하는 주민도 없었고 커다란 소총소리 때문에 비명소리도 없는 것 같았다. 마을 입구에 가까운 주민들은 집 안에서 총에 맞았고 마을 안쪽 주민들은 달아나려 집을 빠져나오다가 총에 맞았다.
오지마을, 남녀노소가 모여 살았고 남녀노소가 사살되었다. 소, 돼지도 그들의 주인들과 함께 죽어갔다. 닭들은 총소리에 놀라 파닥거리며 마을 여기저기를 뛰고 날아 다녔다.

작전이 끝나가자 총소리가 잦아들었고 소대원들이 집결지인 마을 안쪽 끝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구석 담벼락 아래에 개 한 마리가 이를 드러내며 웅크리고 있었다. 소대원이 더 모일수록 개는 불안한 듯 으르렁 거리며 눈을 번쩍였다.
“저, 개새끼가.”
가장 베테랑인 김병장이 권총으로 개를 쐈다. 개는 잠시 앓는 소리를 내고 죽었다. 그때 늘어진 개의 배 아래가 꿈틀거리더니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기어 나왔다. 제대로 걸음도 못하는 강아지는 낑낑거리며 간신히 뜬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와, 강아지다.”
김병장이 강아지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장갑을 벗어 손가락을 강아지 눈앞에 까딱 거리자 강아지는 김병장의 손가락을 핥았다. 김병장은 귀여워 죽겠다는 듯 함박 웃으며 강아지를 안았다.
“요놈 진짜 예쁘네.”
“김병장님은 강아지 좋아하시나 봅니다.”
“지금도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했지.”
“그 놈도 주인이 없으니 유기견이네요.”
“하하하, 그러네. 이 놈도 내가 입양하는 거지.”

김병장은 택티컬 조끼 안으로 강아지를 품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