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연애에 계속 실패하거나 인생에서 진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그에게 악마가 나타납니다.
악마의 유혹은 강력하다. 결코 이룰 수 없던 일을 이룰 수 있도록 해줍니다.
(어떤 장르의 이야기이든 전개는 유사합니다.)
악마에 유혹 당했던 인간은 (인간 혹은 신의) 사랑으로 악마를 물리치거나,
결국 악마의 유혹에 무너져 버리게 됩니다.
흔한 이야기이다. 식상할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재미있으니 다양한 형식으로 되살아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악마가 인간에게 나타난다는 이야기에는 큰 오류가 있습니다.
악마가 내 앞에 나타나 달콤한 희망으로 유혹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악마? 진짜냐? 그럼 천사도 신도 있는 거구나!'
신의 존재 증명 - 악마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신도 존재하는 겁니다.
어떤 유혹을 하더라도 인간은 신을 선택하게 됩니다.
악마는 신을 흉내내어 그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습니다.
악마는 눈치 챌 수 없게 다가와서는 오랫동안 공을 들여 한 인간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듭니다.
자신의 뜻을 꼭두각시가 된 인간을 통해 드러냅니다.
그런데, 어쩌면 악마는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악을 저지르는 자들을 설명하기 위해,
악마가 없으면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진 허상일 지도 모릅니다.
악이 악마에게 존재할 때에는 두렵지가 않습니다.
신에게 의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악은 인간 안에 있고 그 악을 억누르지 못하고 드러내는,
심지어 당당하고 떳떳하게 드러내는 인간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악은 지구에 인류가 등장하면서 시작해서,
인류의 멸망과 함께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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