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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

[손바닥 소설] 섬멸의 예외 섬멸의 예외 작전은 간단했다. 한 마을에 모여 사는 반군 지지자들을 섬멸하는 것이었다. 무장하지 않은 72명이라는 정보를 받았다. 마을 주민들 모두를 사살하고 반군들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도록 마을을 불태우면 끝나는 작전이었다. 예상 작전 시간은 1시간 40분이었다. “빨리 끝내고 가자.” 마을에서 1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12명의 소대원들이 탐승한 차가 멈추자 소대장이 격려했다. 6명 2열 횡대로 비포장도로를 걷는 동안 방해물이 없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2분 일찍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어스름 새벽이라 마을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작전 개시.” 소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12명은 2인1조로 계획했던 동선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내 소총을 발사했다. 소총을 든 용병들에게 저항하는 주민도 없었고 커다란 .. 더보기
[단편 소설] 김철수 베드로 김철수 베드로 “기도 합시다.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 저희는 성자의 죽음과 부활하심을 믿어 고백하오니, 그리스도 안에 고이 잠든 ....” 새벽 장례미사에는 매일 새벽마다 미사를 보러오는 노인 신자들만 띄엄띄엄 앉아있었다. 새벽미사가 아닌 장례미사에 참가한 사람은 상조회사 직원뿐이었다. 사망 후 3일, 예수는 부활해서 하늘로 올랐으나 제대 앞 나무관 속에 누운 남자는 부활하지 못하고 미사가 끝나는 대로 화장장으로 옮겨지고 곧 재가 되 어딘가에서 흩뿌져질 터였다. 김철수 베드로 가족도 찾아올 이도 없는 그는 이 세상에 무엇을 남겼을까? 그의 인생에 대해 어떠한 정보가 없어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에게는 낳아준 부모가 있었을 것이고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중년을 살아 왔을 것이다. 그는 한 사람으로서.. 더보기
[단편 소설] 순종하는 라이사 순종하는 라이사 그녀의 이름은 ‘라이사’이다. 스스로 알려준 이름의 뜻은 ‘순종적인 여자’. 큰 키의 그녀가 회갈색의 맑고 큰 눈을 치켜 뜨면 웬만한 남자도 위압감을 느낄 터였지만, 그녀는 한 번도 화를 내거나 큰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나보다 키가 작은 사람은 어떤 느낌일 지 알 수 없지만 ‘중키’인 나는 그녀와 함께 있을 때면 안도감과 평온함이 느껴졌다. 그건 마치, (외동아들이지만) 큰 누나와 함께 있는 것 같았다.그녀의 가게 이름은 ‘카페 라이사 Café Raisa’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고층 오피스텔 1층의 술집이다. 나는 1년 전부터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 그 이전에는 아내와 딸 둘과 함께 살았는데, 여편네가 이혼을 요구했다. 그것도 엄마가 돌아가셔서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