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소설] 전설의 횟집 전설의 횟집 우리 동네에는 유명한 횟집이 있다. 가격이나 맛, 인테리어가 탁월해서 유명한 것이 아니라 속도 때문에 유명한 가게이다. “광어 하나요”라고 주문을 하면 반찬들이 나오자마자 광어회 한 접시가 나온다. 미리 준비해 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지만 정상적으로 주문을 받고 수족관에서 광어를 꺼내 손질하고 다듬어서 회 한 접시를 만들어서 냈다. 주방장인 사장의 칼솜씨 때문이었다. 살집이 있는 몸이라 그다지 민첩해 보이지 않는 체구지만 횟감을 도마에 올리는 순간 칼날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칼질을 한다. 엄청난 속도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두께로 회를 썰어낸다. 재료마다 다른 칼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나의 칼만 사용하는데, 언젠가 이유를 물어봤을 때 “칼이 뭐 칼이지”라고 대답했었다. 가게 안.. 더보기 [손바닥 소설] 호접몽 胡蝶夢 “ 알지? 현재, 여기가 가상이라는 거야.” 그는 담배 연기를 뱉었다. “이 연기처럼 허무한 거지.” “모든 게 가상이라면 너무 웃기지 않아?” “가상인지 모르면 웃길 것도 없지.” “가상현실이라면 내 정면에 액자와 벽이 있어. 그런데, 시선이 닫지 않는 곳은 아무것도 아닌 상태인 거지. 내 등 뒤는 아무것도 없는 거야.” “아니, 지금 자네 등 뒤에는 책장이 있어.” “그건, 네가 가상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가능한 거야.” “내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인간으로 사는 거 힘들어.” “진짜 네가 가상일 지도 몰라. 정교한 엔진이라 가상 인간이 스스로를 가상으로 자각 못하도록, 심지어 진짜 인간도 가상 인간을 구분 못할 수도 있는 거야.”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맥주잔을 들어 마셨다. “이 맛도 가짜겠구.. 더보기 [손바닥 소설] 외로웠던 사나이 깊어서 사람의 불빛은 모두 사라진 밤. 그는 깊은 감정이 몰려와 잠에서 깨었다. 조용히 밖으로 나와 잔잔한 물결 소리만 들리는 고요 속을 조용히 걸었다. 달빛이 따뜻하게 그의 얼굴을 감쌌지만 그의 깊은 고뇌의 표정에서 이내 온기를 잃고 말았다. 정해진 운명을 알고 있는 자, 그의 고독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규칙적인 걸음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하늘을 올려보았다. 별들 – 그 옛날, 찬란했던 나의 별은 어디로 갔는가? 그날 밤, 그는 갈릴리호수 위에 서서 푸른 하늘과 푸른 물 사이에서 외로워했다.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 10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