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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이런 시, 이상

이런 시(詩)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끄집어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돌이깨끗이씻꼈을터인데 그이틀날가보니까 변괴로다 간데온데없더라.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 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아래와같은작문을지었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내차례에 못을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 는꾸준히생각하리라.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 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시는 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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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는 흙을 후벼서 옛생각을 파낸다.

내내 어여쁠 기억은 돌덩이처럼 단단한데도 그 돌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먼 훗날 돌아가는 길에 문득 발에 채일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참으로 부끄러운 삶이라 어디로도 고개를 돌리지 못할 지경이다.

그래, 그래도 그대여, 내내 어여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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