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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해당화, 한용운


해당화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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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가 지는 계절입니다. 다시 열 달을 기다려야 해당화가 필 겁니다.

마음도 사는 것도 팍팍해서 시를 옮겨봅니다만,

고운 마음은 또 열 달을 기다려야 오려나 봅니다.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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