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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

[손바닥 소설] 똥 마려운 백설공주

똥 마려운 백설공주

 

 

무섭게 쫓아오는 듯한 어두운 숲의 그림자들을 피해 달아나다 비어있는 난쟁이들의 집을 발견했을 때, 백설공주는 깊은 안도와 함께 엄청난 배변욕이 느껴졌다. 두려움이 사라지자 원초적인 욕구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허리를 바짝 숙여서 작은 문을 통과해서도 낮은 천장에 허리를 완전히 펼 수가 없었다. 바삐 고개를 돌려 화장실문을 찾아 다시 기듯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
백설공주의 입에서 한숨 같은 탄성이 나왔다.
변기가 너무 낮았던 것이다. 난쟁이들의 다리길이를 고려한다면 당연한 높이였지만 그녀에게는 황당한 변기였다.
치마를 바짝 올리고 변기에 앉으려고 했지만 쪼그려 앉아서야 겨우 엉덩이에 닿았다.
‘이럴 거면 숲에서 쌀 걸 그랬어.’
불편한 화장실이었지만 욕구가 해결되자 마음에 평화와 함께 불만이 찾아왔다.

 

 

 

이후 난쟁이들과의 생활에서 백설공주의 키는 많은 불편이 되었다.
요리와 설거지는 꿇어앉아서 해야 했고, 쪼그려 앉아야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하루 종일 허리를 펼 수가 없다는 현실은 그녀를 아주 힘들게 했는데, 날씨가 좋으면 집밖에 나와 기지개를 켤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하루 종일 구부정한 자세로 지내야했고 자존감이 떨어져 날씨만큼 우울했다. 
계모가 사과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고, 죽어서도 바로 눕지 못하고 기역자로 묻혔을 것이다.

 


그나마 재주 많은 난쟁이들이 집 밖에 백설공주만을 위한 (그들 눈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화장실을 만들어 주었다.
난쟁이들과의 생활에서 전용 화장실은 백설공주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었다.
자기만의 화장실이 갖게 된 이후 백설공주는 일어나자마자, 식사 후 마다, 잠들기 전, 이렇게 하루 다섯 번씩 똥을 누었다.
백설공주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배설의 시간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