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날
며칠째 속이 좋지 않았다. 남편의 걱정을 덜고 싶어 병원에 갔다. 내과 전문의는 산부인과에 가보길 권했다.
결혼 5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걱정은 않았지만 남편도 아이를 갖길 원했다.
“임신입니다.”
집에 돌아와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출산, 육아 용품을 검색하다가 앙증맞은 배냇저고리를 보니 눈물이 흘렀다.
‘이걸 꼭 사야겠다.’
남편에게 전화를 하려다가 저녁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뻐하는 표정을 보고 그 웃는 입술에 뽀뽀를 하고 껴안고 싶었다.
이런 일을 목소리만으로 전달하고 싶지가 않았다.
부도, 회사가 망했다. 신용카드 대출까지 받아가며 막아왔지만 한계를 넘어버렸다. 이틀 후의 지급 만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
온갖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집도 걱정이었다. 담보를 걸어둔 집도 곧 내줘야할 것이다. 곱게만 자라온 아내에게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까? 미안하다, 미안하다.
“오늘, 일찍 들어오세요. 같이 맛있는 걸로 먹자.”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그래, 일찍 갈게.”
식사를 하면서 아내에게 얘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문을 열자 세상 가장 화사한 표정으로 아내가 서있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 임신했어.”
“아...”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곧 표정을 바꿔 함박 웃으며 팔을 벌렸다. 아내가 품에 안겼다.
‘아직, 내일도 있어, 그래, 아직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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