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마음 보다 빨리 찾아온 노안에 저녁이면 무언가를 읽거나 쓰기가 싫어져서 였습니다.
한 동안 활자 없이 살다보니, 이미 늙어가는 눈에다 마음까지 늙어가는 듯해서 '아차'했습니다.
그냥 읽자!
단편집과 장편을 잡았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오직 두 사람>과 이언 매큐언의 <넛셸>입니다.
단편집이서인지 이야기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술술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아쉬운 건 무게였습니다. 몇 편은 레이먼드 카버의 것과 비슷했지만 카버와는 달리 여운 대신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글이었습니다.
그 아쉬움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취향에는 여운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넛셸>은 황당한 책이었습니다. (견문이 짧아) 모르고 지내던 작가인 이언 매큐언의 문장력은 이미 접근하기 힘든 경지에 달해있었고, 방대한 지식과 표현력 또한 비견할 작가가 잘 떠오르지 않을 지경이었습니다. 황당하게 잘 쓴 소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잘 안 읽혔습니다. 그 경지에 달한 문장력이 이야기를 방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심리적으로 압도당한 무지한 독자의 무기력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괴이>라는 일본 공포 단편집을 일고 있습니다.
한국은 공포라는 장르에 취약지역입니다. 소설은 거의 나오지 않고, 영화도 가끔 나옵니다.
나는 언제나 공포물이 재미있습니다.
가공의 공포가 일상성을 위협하는 현실의 공포를 잊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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