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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

플라타나스, 김현승

플라타너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 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이제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는 오늘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너를 지켜 오직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窓)이 열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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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 시가 막연히 좋았다.

무척 맑은 날 가로변을 걸으면 플라타너스의 큰 둥치가 함께 걸었다.

지금은 큰 키와 넓은 잎사귀가 간판을 가린다고 하여 다른 나무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플라타너스는 한 번도 그 자리에 심어 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저, 사람이 그곳에 심어 놓은 것이고 플라타너스는 자신의 사명대로 가지를 펼쳤을 뿐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지구는 인간만 없다면 평화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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