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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원을 땡땡이 친 남자아이


예수: 너, 또 왔어?

남자아이: 안녕하세요.

예수: 학원 안갔어?

아이: 네.

예수: 또 엄마한테 혼나겠다.

아이: 오늘 어차피 혼나게 돼있어요.

예수: ?

아이: 학원 시험 점수 나오는 날이거든요.

예수: 시험 잘 봤겠지?

아이: 한 개만 틀려도 혼나요. 다 배운 건데 왜 틀렸냐고 그래요.

예수: 시험을 잘 쳐도 혼난다는 얘기구나? 그래, 이 번 시험은 어떨 것 같은데?

아이: 몰라요. 한 개는 틀렸겠죠. 엄마랑 아빠는 학교 다닐 때 맨날 백점만 받았대요.

예수: 엄마는 공부를 잘 하셨나 보구나?

아이: 그랬겠죠, 뭐.

예수: 엄마는 지금 어디 계시니? 아저씨가 같이 가줄까?

아이: 우리 엄마는 아저씨 싫어해요. 공부 안하면 아저씨처럼 된다고 그래요.

예수: 하하하. 아저씨도 목수가 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단다. 엄마가 잘 못 알고 계신거야.

      무슨 일을 하더래도 공부하고 연습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아이: 저는 공부 하기 싫어요.

예수: 그럼, 뭘 하고 싶은데?

아이: 없어요. 하고 싶은 거. 그냥 놀고 싶어요.

예수: 그래, 아저씨는 어렸을 땐 그냥 놀기만 했어. 아저씨 아빠도 목수였는데, 그래서 목공소에서 나무조각 가지고 놀았지.

아이: 재밌었겠다.

예수: 재밌었지. 아저씨 아빠가 이것저것 만들어 주셨거든.

아이: 우리 아빠는 아무것도 안 만들어 주는데.

예수: 아니야, 너 TV 좋아하지?

아이: 네. 런닝맨이 제일 재밌어요.

예수: 아빠가 돈을 벌어서 TV도 사주시고 TV를 볼 수 있게 전기료도 내주시는 거야.

      빨리 집에 가서 TV 보고 싶지 않아?

아이: 집에 가면 엄마한테 혼난다니까요!

예수: 그럼 엄마한테 이렇게 말씀드려봐.

아이: 어떻게요?

예수: 엄마랑 아빠랑 맨날 백점 받아도 가정주부하고 있고 그냥 회사 다니고 있는 거 아니냐고 말야.

      넌 그냥, 실컷 놀다가 어른되서 회사를 다니고 가정주부가 될 여자랑 결혼하겠다고 말야.

아이: 네? 놀아도 회사 다닐 수 있어요?

예수: 당연하지. 런닝맨 나오는 아저씨, 아줌마 좋아하지? 그 일이 공부랑 상관있겠니?

      어릴 적에 막 뛰어노는 걸 잘 한 사람이 더 잘 하지 않아?

아이: 김종국 아저씨가 제일 잘 해요.

예수: 그 아저씨는 운동 열심히 해서 런닝맨 잘 하고, 노래 연습 열심히 해서 가수도 하고 있잖아.

      대신 아저씨랑 약속하나만 하자.

아이: 뭘요?

예수: 진짜 열심히 놀겠다고 말야.

아이: 네. 약속이요.



아이: 그래도 엄마한텐 혼나겠죠?

예수: 혼나지. 그런데 그건 네가 잘못한 게 아니고 엄마가 널 잘못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뿐이란다.

      그러니까 엄마한테 혼나드리고 열심히 놀도록 해.

아이: 그럼 엄마가 싫어하실 건데.

예수: 엄마가 싫어하시는 게 싫어?

아이: 네, 엄마가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예수: 그럼 이렇게 하자. 일단, 열심히 놀자. 대신 학교나 학원에 있을 땐 어차피 놀지 못하잖아.

아이: 네.

예수: 학교랑 학원에 있을 땐 열심히 수업 듣고 공부하는 건 어때?

아이: 음..

예수: 그래, 엄마가 좋아하실 지 싫어하실 지는 모르지만 한 번 해볼 만 하지 않아??

아이: 네, 알았어요.

예수: 학원 끝날 시간이다. 학원차 타야지?

아이: 네, 안녕히 계세요.

예수: 잠깐만. 이거 가지고 가. 주머니에 넣고 다녀.

(예수는 아이에게 동그란 나무 조각을 건냈다.)

예수: 열심히 하기 싫어질 때 주머니에 손 넣고 이걸 만져봐.

아이: 네, 고맙습니다.

예수: 잘가.

아이: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