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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먹고 살기 힘든 남자


남자: 안녕하세요.

예수: 네, 안녕하세요.

남자: 어떻게, 잘 좀 되세요.

예수: 아니오. 요즘 누가 이런 가구 쓰나요? 다 이케아 사지..


(그는 목수였다. 도심에 모공소를 차린 것이다.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고 그는 실제, 스스로를 '예수'라고 하는 미친 사람이었다. 그걸 제외하곤 정상인 사람이었다. 솜씨도 뛰어나 사람 수명보다 길 것 같은 가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다.)



남자: 예수님, 나 좀 물어볼 게 있는데?

예수: 말씀하세요. 내가 예수 아닙니까? 돈은 못 드려도 답은 드릴 수 있습니다.

남자: 요즘 왜 이렇게 힘든거요?

예수: 뭐가요?

남자: 먹고 사는 거 말이오. 마흔 넘은 남자가 식구들 건사하는 것 말고 뭐가 걱정이것어요.

예수: 그야 경기가 어려워서 그렇죠?

남자: 아니 그 놈의 경기는 내 평생에 괜찮았던 적이 없었어. 왜 그런거요?

예수: 혼자 처먹는 놈들이 많아서 그래요. 사실 경기는 계속 좋아졌었어요. 경제성장률이 언제 마이너스가 된 적은 없었잖아요.

      1인당 국민소득도 계속 올랐었구요. 문제는 성장분을 모조리 몇몇 놈들 주머니에만 들어가서 그런 거죠.

      아저씨 주머니에는 하나도 안들어가구요. 물론 제 주머니에도 안들어 왔지만요.

남자: 그럼 내가 사는 게 예전만큼은 되야 할 거 아냐? 왜 더 나빠진거요?

예수: 경제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물가도 올라간 거죠.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는 오르니 살기가 힘든 거죠.

      그런데, 더 나쁜 건 이제 성장도 마이너스가 되어간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쓸 돈이 없으니 혼자서 처먹는 놈들도 긁어낼 돈이 없는 지경이 된 거예요..

      이대로라면 IMF 때처럼 나라가 한 번 더 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남자: 그럼 어떡해야 하지?

예수: 저한테 기도하세요. 하하, 농담이구요. 

      있는 놈들 밀어주는 정책 그만두고 있는 놈들 세금 때려서 없는 사람들 나눠줘야지요.

      최저임금 올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 없애고요. 그걸 '동일노동 동일입금'원칙이라고 합디다.

      노동조합 탄압 그만하고 적극적으로 노조를 권장해야 해요. 실제로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면 회사가 잘 됩니다.

      노동자들도 회사가 자기 것이라고, 회사가 망하면 나도 망하고 잘 되면 같이 잘 된다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국가정책이 바뀌는 수밖에 없는데 그게 쉽나요. 정부가 바뀌어도 힘들 겁니다. 

      국가정책을 삼성같은 대기업들이 좌지우지 하고 있거든요. 대통령 임기는 5년인데 회장은 종신이거든요.

      사실, 당장은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TV에 나쁜 놈들 나오면 욕이나 실컷 하세요.

남자: 참나, 욕이나 하라니, 그게 예수라는 사람이 할 얘기야?

예수: 제가 할 수 있는 건 혼자서 처먹던 놈들이 죽으면 지옥으로 보내는 것밖에 없어요.

      한 7,80년 부귀영화를 누린 죄로 영원한 고통을 받게 하는거지요.

      그렇다고 아저씨가 지옥에 안간다는 보장 없으니 착하게 사세요. 어려워진 형편에도 기부도 하고 그러면 더 복 받습니다.

남자: 나, 교회 다녀? 예수님 믿는다고.

예수: 제가 여기 있는데 거긴 왜 다니세요. 그리고, 믿기만 한다고 천국 가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저하고 이렇게 이야기 좀 한다고 천국 가시는 거 아닙니다.

남자: 그래도 교회에 헌금도 열심히 내니까 보내주쇼.

예수: 거기 헌금 내지 마시고 저희 가게에서 의자라도 하나 사세요. 제가 축성도 해뒀습니다.

남자: 예수가 헌금 내지 말라 그러면 어쩌란 거요? 아저씨네 집, 교회도 먹고 살아야지.

예수: 당장, 눈 앞에 예수가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남자: 그래도 저녁마다 소주는 안 빼먹고 마시더만.

예수: 밥 먹을 돈이 없으니 술을 먹지요. 하하하. 

      제가 옛날에는 와인만 마셨는데 지금은 소주가 최고예요. 사실 그땐 소주가 없었거든요.

남자: 그래, 그 좋아하는 소주, 오늘 저녁에 한 잔 합시다.

예수: 아이고, 천국에 한 발은 들여놓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