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
광야, 이육사
외계인의 하수인
2017. 7. 24. 12:44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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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위를 둘러보면 모두 지평선일 것만 같은,
그런 고독이 엄습해 올 때가 있습니다.
아마 신(神)이 필요한 순간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야 합니다.
독수리가 심장을 쪼아도, 바위가 산비탈로 굴러 떨어져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