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들

눈 내린다, 서울에...

외계인의 하수인 2015. 12. 3. 12:54


회사에서 건강검진이 있어 일찍 일어났다.

눈이 내렸다, 많이.



아주 추운 날씨는 아닌 까닭에 쌓이지 못하고 그냥 녹아버렸다.

길은 더럽고 질척 거렸다.


젖어서 차가워진 발에 투덜거리고 싶었지만 눈방울은 굵고 하얗고 따뜻해서 예뻤다.

발이 시려운 건 투정 않기로 하고 그저 눈을 즐기기로 했다.


안경잡이들은 눈이 내릴 때, 우산이 없으면 무척 불편하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눈이 내리는 날엔 어릴 적처럼 막 뛰어 놀고 싶어진다.


이젠 같이 놀아줄 친구도 없고, 누렇게 타버린 아랫목도 없는 시절이다.

그래도 어른이 되어서 좋은 점도 있다.



소주를 마실 수 있다. 

추운 날, 따뜻한 국물 안주에 쌉쌀한 소주를 마시면

시바스리갈을 마시던 18년 왕좌도 부럽지 않고, 1년이 다되도록 죽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어느 재벌집 회장도 부럽지 않다.


외근을 핑계로 빨리 퇴근해서 소주를 마실 참이다.